게으른 묵상
철수아저씨
오늘도 탐닉
2015. 11. 8. 21:46
철수 아저씨.
나의 모교회에서 만난 새신자. 아저씨와는 교회 성경공부에서 만난 사이였다.
아저씨는 원래 에어컨 설치를 하는 일을 했었는데...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아저씨는 크게 다쳤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해 교회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곧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보험회사에서는 아저씨가 사기를 친것이라고 했다. 보험금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고.
나는 그때도 어른 축에 들지 못해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다.
아저씨는 내게 물었다.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하실까? 하고 고민해본 적이 있냐고 지나고 보니 더 좋게 하시려고 했던 것이란 걸. 깨닫게 된 적이 있냐고.
나는 아직 어려 한정된 고난밖에 겪어보지 않았던 터라 말할 수 있었던 것이 겨우 두 번의 수능 뿐이었다.
아저씨는 그뒤로 교회를 나오지 않았다.
아빠가 집으로 찾아가니 철수아저씨는 하나님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고.
나는 아직도 그 일들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한다. 한참 모자란 내가 보기에도 그 고난은 아저씨에게 너무 가혹했다.
아저씨는 그 일들을 잘 견뎌내었을까? 여전히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그 고난은 철수아저씨를 향한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향한 것이었던 것 같다.
하나님의 양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인도했냐고. 나중에 아버지 앞에 섰을 때 물으실 게 분명하다.
마음이 슬프다. 아저씨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에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