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탐닉 2015. 1. 12. 20:08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 -->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해쏙,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 --> 

그리고 나, 이 미소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