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아하는

리시안셔스

오늘도 탐닉 2015. 2. 8. 12:55

리시안셔스

 


성동혁

 

눈을 기다리고 있다.
서랍을 열고
정말
눈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도 미래가 주어진 것이라면
그건 온전히 눈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왜 내가 잠든 후에 잠드는가
눈은 왜 내가 잠들어야 내리는 걸까
서랍을 안고 자면
여름에 접어 두었던 옷을 펴면
증로를 버리거나
부엌에 들어가 마른 싱크대에 물을 틀면
눈은 내게도 온전치 쌓일 수 있는 기체인가
당신은 내게도 머물 수 있는 기체인가
성에가 낀 유리창으로 향하는 나의 침대맡엔
내가 아주 희박해지면
내가 아주 희박해지면
누가 앉아 있을까
마지막 애인에게 미안한 일이 많았다.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화병에 단 한 번 꽃을 꽂아 둘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