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의 심경

파랗다 2015. 5. 24. 11:41 |

저번 주 내내 아팠다. 몸이 아파 신경이 예민해지고 공개수업도 코 앞이라 조퇴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화요일은 저녁 7시 반까지 수업 컨설팅을 받았고 수요일은 배구 대회가 있어 응원을 하러 내려갔다.

 

나는 도대체가 '후배'라는 역할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아마 한 번도 귀엽고 싹싹한 후배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선배선생님의 눈치를 자꾸보게 된다. 그런 날 밤이면 사표를 쓰는 꿈을 꾼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몸이 아프니 그것마저도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래도 학교에 간다. 우리 반에는 우리 아이들이 있다.

 

과학시간에 용암이 '초콜릿 녹듯 녹는다' 라는 것을 가르쳤더니 초콜릿이 먹고 싶다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고민을 하다 라바그림이 그려진 젤리를 샀다. 개당 오백원.

 

내가 가방에서 젤리를 꺼내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귀여운 것들.

 

서른 개를 사 내가 두 개를 먹고 아이들에게 한 개씩 주었다고 하자..

 

아이들이 계산을 했다. 500*30  어떤 아이가 만오천원 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숙연해졌다.

 

자기들 때문에 선생님이 돈을 많이 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집안이 풍족하여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는데도

 

우리반 아이들은 선생님이 사주는 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 매일 매일 사표를 쓰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무리 못난 선생님이라도 버텨볼 생각이다.

 

그만두고 싶을 때면 작년 아이들이 준 편지를 읽어본다.

 

내가 애끓였음을 아이들은 알아주었다.

 

아이들아 꽃처럼 자라나거라.  선생님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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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늘도 탐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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