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일상.

파랗다 2016. 1. 27. 23:38 |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직장생활을 하니 시간이란 게 다 같은 시간이 아닌 란 걸 잘 알겠다.

주말은 짧고, 평일은 길다. 방학은 짧고 개학은 빠르다.

아마. 누가 주말은 20시간, 평일은 28시간으로 만든 게 아닐까? 자꾸 그런생각이 드는 것이.

벌써 27일이 되었고, 목,금,토,일 4일만 지나면 개학이다.

이번 방학은 아무것도 하지못했는데....

학교 일도 잔뜩 밀려있고, 결심했던 다이어트는 반 정도만 성공했다.

글을 열심히 쓰지도 못했는데 벌써 개학이다.

 

친구들을 만났다.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소모적인 관계를 지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만나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이 좋다.

그리고 그 규칙을 완전히 비껴가는 사람들.

첫 번째는 우리 가족.

두 번째는 대학교 때 친구들.

우리는 일년에 많이 만나봤자 2번 정도이다. 카톡은 늘 하지만.

특히 나는 저번 모임을 빠졌던 터라 거의 일년만에 아이들을 만났다.

사실 나랑 동갑은 한 명도 없는데 한 명은 나보다 한 살 언니고, 나머지는 다들 동생들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그 아이를 생각한다.

그저 생각만 한다.

방학이 끝나고 바빠지면 더 이상 생각할 시간들이 줄어들것이고.

나의 짝사랑도 곧 끝이 날 것이지만,

생각만해도 좋은 상대가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마음이 그 아이에게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개학을 하면 반 아이들에게 한통 씩 편지를 써야겠다.

아이들은 나에게 늘 편지를  써줬는데... 나는 한 번도 답장을 하지 못했다.

남은 시간을 소중히 써야겠다.

헤어지는 날을 생각만해도 눈물이 찔끔나온다.

제대로 된 이별을 해야겠다.

키운 애들을 시집, 장가보내는 기분이다.

이제 학년이 올라가 다른 선생님이 더 좋다고 해도.

우리 애가 아니려니. 해야한다.

나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면 휴유증이 많이 남는 편이다.

새로운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

예전아이들이 보고 싶고, 그립고 그렇다.

새로운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면 또 아이들을 떠나보내야한다.

그러니 있을 때 잘해야지.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너희들 덕분에 선생님이 아직 이 자리에 남아있다고 말해주어야지.

 

아. 그리고 밀린 업무들은 어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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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나의 28살

파랗다 2016. 1. 1. 15:28 |
2016년이 다 가버렸다. 시원섭섭하다.
이제는 29살이 되었다. 아직 내 생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 살을 먹어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힘들었던 2015년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난 아직도 교단에 남아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무리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던 나의 무기력과 무감각은.....
아이들과 있을 때면 그나마 살아있는 것 같았다.
우리 반 아이 중 한 명이 선생님보다 좋은 선생님은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거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조금 무서웠다.
아이들은 나 보다 더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나야 한다.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두 번째 세 번째가 아니 더 뒤가 되었으면 한다. 아직까지. 세상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울릴 더 좋은 스승들이 많이 계실 거라고 믿고 싶으니까.
여담이지만 우리 반 예쁜이가 전학을 간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니 많이 울었다. 나도 울고 싶었는데 참았다. 너는 어디에 가서도 내 제자라고 말해주었다.
또 공모전에서 모두 탈락했다. 차라리 시원하다. 계속 자기비하를 하다가...
어제 송구영신 예배에서 겨우 회복했다.
아직까지 걸어야 걸음들이 많이 남은 까닭이다. 부지런히. 즐겁게 가보려고 한다.
잘가 28살. 그리고 반가워요 29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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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의 감상

파랗다 2015. 11. 25. 20:03 |

 어제 내리 6교시 수업을 한 후 자고 일어나니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수업은 해야하니까. 화면에 글을 써가며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자기들 때문에 선생님이 목이 아프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이들 때문이 아니다. 이맘 때쯤이면 늘 그런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아이들은 거들 뿐.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내 목 관리는 내가 해야하는데...

감기가 오면 소화기관에도 문제가 생긴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매번 감기약 + 소화제이다.

내일은 그래도 전담수업이 많은 날이라 좀 낫다.

선생님이 아프다고 평소보다도 훨씬 조용한 아이들. 고마워.

 

 동화공부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실력이 쉬이 늘지 않는 탓이었다.

쓰면 쓸 수록 장벽에 가로막힌 기분이 든다. 선생님께서 소질과 재능이 보인다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다!

 부지런히 배워야지.

아! 그리고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는데 작년 제자인 도현이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작년 여자아이들 중 가장 낯을 많이 가리던 아이였는데.... 스승의 날 때 편지를 가지고 와서 감동했다.

목소리가 나왔다면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어봤을 터인데... 아쉽게도 손만 흔들어줬다.

도현아 먼저 인사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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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빴나보다.

파랗다 2015. 10. 24. 17:51 |

이번 주는 너무 바빴나보다.

아이들의 얼굴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으니 말이다.

연구학교. 도대체 왜 하는 지 모르겠다.

아이들 일기장에 글귀하나 써줄 시간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3월달에 학기가 시작되고 처음있는 일이었다.

공개수업을 무사히 잘 끝내서 다행이었고,

좀이 쑤셨을텐데 열심히 참아준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이제 현장체험학습에 다녀오고 학예회가 끝나고 기말고사까지 치고나면.

이번 2015년도 거의 끝물이다.

나는 이번 해를 잘 살아냈는지 궁금하다.

4번째 장편동화가 얼추 완성이 되었다. 아직 손볼 곳이 많긴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이 재밌다고 말해줘서 다행이었다.

사실 우리 반 아이들은 항상 재밌다고 해준다.

그게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힘이 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직까지는 지나가는 학생들을 봐도 저들과 내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더 이상 어른이 아니라고 우길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조금 더 엄격하고 남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약자 앞에 약하고 강자 앞에 강한 사람이 되어야지.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을 미루지 않아야지.

그나저나 학예회 때 우리 반은 난타공연을 하기로 했다. 사실 난 엄청난 박치인데.

우리 반 아이들만 믿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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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의 이모저모

파랗다 2015. 6. 25. 21:43 |

메르스가 극성이다.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오늘 우리 반의 한 아이도 갑자기 열이 올라 조퇴를 시켰다. 메르스는 아닌 듯.

그 아이는 집에 가면서도 오늘 체육을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아이들은 즐겁다. 아이들과 있으면 웃을 일이 많다.

요즘은 시험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무릎이 영 시원치않다. 곧 장마라는데 통증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다.

 

이제 유월도 곧 끝나가려고 한다.

유월은 푸르렀고 우리는 그곳에 담겨져있었다,

남은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곳은 이미 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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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의 심경

파랗다 2015. 5. 24. 11:41 |

저번 주 내내 아팠다. 몸이 아파 신경이 예민해지고 공개수업도 코 앞이라 조퇴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화요일은 저녁 7시 반까지 수업 컨설팅을 받았고 수요일은 배구 대회가 있어 응원을 하러 내려갔다.

 

나는 도대체가 '후배'라는 역할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아마 한 번도 귀엽고 싹싹한 후배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선배선생님의 눈치를 자꾸보게 된다. 그런 날 밤이면 사표를 쓰는 꿈을 꾼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몸이 아프니 그것마저도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래도 학교에 간다. 우리 반에는 우리 아이들이 있다.

 

과학시간에 용암이 '초콜릿 녹듯 녹는다' 라는 것을 가르쳤더니 초콜릿이 먹고 싶다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고민을 하다 라바그림이 그려진 젤리를 샀다. 개당 오백원.

 

내가 가방에서 젤리를 꺼내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귀여운 것들.

 

서른 개를 사 내가 두 개를 먹고 아이들에게 한 개씩 주었다고 하자..

 

아이들이 계산을 했다. 500*30  어떤 아이가 만오천원 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숙연해졌다.

 

자기들 때문에 선생님이 돈을 많이 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집안이 풍족하여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는데도

 

우리반 아이들은 선생님이 사주는 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 매일 매일 사표를 쓰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무리 못난 선생님이라도 버텨볼 생각이다.

 

그만두고 싶을 때면 작년 아이들이 준 편지를 읽어본다.

 

내가 애끓였음을 아이들은 알아주었다.

 

아이들아 꽃처럼 자라나거라.  선생님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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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통영에 왔다.

언니에게 통영이 꼭 베네치아 같다는 소릴 했더니 웃었다.  

동생의 원룸을 둘러보고 동피랑 마을에 와서 구경도 잠깐. 미리 예약해둔 펜션으로 돌아왔다.

고기를 먹고 산책. 부모님은 이층에서 주무시고 언니와 나 동생은 모노폴리를 했다.

밤 10시경에 시작한 게임은 새벽 4시가 되어도 끝날 줄 몰랐다. 언니에게도 민제에게도 그런 승부욕이 있는 줄은 몰랐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 게임을 하며 일희일비했던 내가 조금은 우스웠다.

 어제 무리했더니 무릎에 통증이 있었고 어머니께서 걱정하셔서 죄송했다.

그런데 왜 교회에는 냉장고 바지를 입고가면 안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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