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은유가 죽었다.

 

                                                                                                                                                         

                                                                                                                                                이수인

 

당신의 은유가 죽었다.

한 줌 쥐어 화장하듯 놓아주었다.

당신을 게워내기 위해 밤새 여몄던 말의 실밥이 풀린다.

혀를 대보니 짜다

내가 닿을 때 마다 울던 네몸.

살로 태어난 당신을 정의하는 언명의 태반들과

무책임한 과립형 언술들의 찌꺼기로 썩어가는 당신.

 

다음 생엔 부디 비늘이 되어 태어나 주면 좋겠다.

 

하려다 삼킨 말들이 네 안에 너무 많아 입으론 할 수 없어

차라리 들어가게 해줘. 너 말고, 네가 감춘 돌기들의 말과 뒹굴며 상처에 상처를 더하고 덧나고 터트릴 수 있도록

네가 꽃이 되도록.

 

재주를 버리기 참으로

아까우니, 이리와요.

내가 먹어줄게요.

 

먹이 사슬의 맨 상위에 앉아 도도하게 앞발을 구부리고

턱을 당겨 누운 당신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맹수의 혓바닥 같은 촉감.

1회당 39그램.(구체적이고 잠정적이지 않은) 때의 즐거움.

원소 기로로 표기되지 않은 시간의 질량감 만큼 가늘고 촉박한 관계의 (불명확한)실선.

 

비스틈하게 서로의 어깨에 서로의 머리를 걸치고 앉아

반쯤 타버린 몸으로 느린 번져오름을 견디면서 아직 죽지 않았다니,

감사합니다.

 

내방의 무수한 단자들과 교접하는 꿈을 꾸고 일어나

플러스와 마이너스 코트들을 모두 뽑아 버리고

소파에 앉아 등 뒤로 미끄러지는

시간의 느리고 잔인한 교성을 듣는데

선이 없어도 딸각,

누구인지 비끄러 맨 지난 밤을 클릭 한번으로 수거해 가는 소리.

아, 기능적인 청소부들과 리드미컬한 스크래치의 세기.

 

몸의 열을 당겨 나를 재배치 할 수 있다면 좋겠어.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흙을 햝으면 오로지 내안의 악취만 맡을 수 있도록

 

십자열 풀이가 되고 싶어. 정수리에서 발바닥까지 왼손에서 오른손 까지

10포인로 꽉 들어차는 한 단어 문장을 10자이내로 해명하겠어.

 

엿같은 당신 삶에서 닻처럼 매달려서 미안하다.

당신에게 쓰는 편지의 절반을 마침표 하나로 채운다.

어둠 이 기척만 훑고 지나간 거리의 얼굴이 속속이 귀가 중이다.

나는 매일 피폐했고, 언제나 건강했으며 절반은 명랑하고 간절히 변명하였다.

당신의 계절의 독버섯을 길러 내 음용한 감정의 대가는 차고 거칠었으며

당신에게 쓰는 편지의 나머지는 비운다.

 

그들의 식기는 어떤 소리도 잉태하지 않는다.

 

....생략...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 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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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톤 프로젝트 (With.한희정)  * 이화동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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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좋아하는 2015. 1. 12. 20:08 |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 -->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해쏙,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 --> 

그리고 나, 이 미소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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