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유희경
너무 뻔해서 뻔하지 않은 지금쯤 뿔이 돋아나고 수십개 구멍으로 채워지고 구멍을 메우지 못해 내가 사랑한다
이런 사랑에는 이도 혀도 팔도 없고 뭣도 없이 좆같은 눈물만 어룽댄다 미련이 미련하여
자꾸 죽는 꿈을 꾸고 내가 아니면 그이가 죽고 남김없이 부서지는 그런 꿈 동사만 남아서 자꾸 작동하는,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름이 이름을 길게 늘여 더는 알아볼 수 없게 늘어진 그 이름을 나는 놀라고 또 알아볼 수 가 없다.
그러니 지금쯤 나는 뿔만 남은 짐슴 그 짐슬의 우리 그러니까 동시에 키우는, 그런 것이 있다면 나는 그때쯤 살고 있어도 좋을까
벽 뒤에서만 사는 냄새처럼 남고 싶어지는, 딱 그만큼만 살아도 좋을 정말, 그래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