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면 우리는 법 앞에 서 있다.

 

황인찬

 

오후가 끝나고 교문 밖으로 나오면 중학생들이 끝났다. 거리가 끝나고 어린 개 하나가 거길 떠나지 못하다 끝났다.
가로수와 가로등이 끝나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끝나고 앰뷸런스의 사이렌이 끝났다. 적막이 끝나고 소요가 있나고 어둠이 끝났다.
공포에 질린 측백나무가 끝나고 지루함이 끝나고 사물의 짧은 역사가 끝났다. 그 어린 장난이 영영 끝났다.


우리는 법 앞에 서 있었다.
판결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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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좋아하는 2015. 1. 25. 15:51 |

시는

이병률


나비를 그리는 데 나비가 왔다
시를 쓰는데 시가 오지 않는 것과 다르다

 

책상으로 누군가 와서
대신 몇줄을 남기고 갔으면 할 때도
창가에 두고 잤다
종이를 두고 잤다

 

얼룩이거나
하다못해 재라도 이어 붙였으면 할 때도 있지만
밤새 비가 와서 종이가 젖고
준비들이 흩어져 뒤집혀 있었다.

 

말할 수 없는 저녁에
가만가만 목메는 저녁 한가운데다
나비가 두 장으로 펄럭거리며 날다가
삶에 문득 관련하여서
담벼락의 장미향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으로도 시는 아닌가
그렇다면 시는 또 미안해서 오는 것인가

 

오더라도 한줄은 말고
두세 줄로 오게나

 

섭섭하지 않게 와
말들을 잊으면서 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체의 힘을 버리고 와서
모든 것과 아무것도 아닌 사이
새로는 말고 시로 앉게나

 

그럴 수 없겠다는 듯
그렇게는 안 되겠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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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 에픽하이 (Feat 윤하)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I cry

텅 빈 방엔 시계소리
지붕과 입 맞추는 비의 소리
오랜만에 입은 coat 주머니 속에 반지
손 틈새 스며드는 memory

며칠 만에 나서보는 밤의 서울
고인 빗물은 작은 거울
그 속에 난 비틀거리며 아프니까
그대 없이 난 한쪽 다리가 짧은 의자

둘이서 쓰긴 작았던 우산
차가운 세상에 섬 같았던 우산
이젠 너무 크고 어색해
그대 곁에 늘 젖어있던 왼쪽 어깨

기억의 무게에 고개 숙여보니
버려진 듯 풀어진 내 신발 끈
허나 곁엔 오직 비와 바람 (없다)
잠시라도 우산을 들어줄 사람 and I cry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I cry

그대는 내 머리위에 우산
어깨 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습관이 돼버린 나
난 그대 없이는 안 돼요 Alone in the rain

Alone in the rain, rain, rain
Nothin' but pain, pain, pain
Girl, I just want you to know
Alone in the rain, rain, rain
Nothin' but pain, pain, pain
And I just can't let you go

하늘의 눈물이 고인 땅
별을 감춘 구름에 보인 달
골목길 홀로 외로운 구두 소리
메아리에 돌아보며 가슴 졸인 맘

나를 꼭 닮은 그림자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었던 우리가
이제야 둘인가 대답을 그리다
머릿속 그림과 대답을 흐린다

내 눈엔 너무 컸던 우산
날 울린 세상을 향해 접던 우산
영원의 약속에 활짝 폈던 우산
이제는 찢겨진 우산 아래 두 맘

돌아봐도 이젠 없겠죠
두 손은 주머니 속 깊게 넣겠죠
이리저리 자유롭게 걸어도
두 볼은 가랑비에도 쉽게 젖겠죠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I cry

그대는 내 머리 위에 우산
어깨 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습관이 돼버린 나
난 그대 없이는 안 돼요 Alone in the rain

난 열어놨어 내 마음의 문을
그댄 내 머리 위의 우산
그대의 그림자는 나의 그늘
그댄 내 머리 위의 우산
난 열어놨어 내 마음의 문을
그댄 내 머리 위의 우산
그대의 그림자는 나의 그늘
그댄 내 머리 위의 우산

나의 곁에 그대가 없기에
나 창 밖에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그대 I cry

그대는 내 머리 위의 우산
어깨 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습관이 돼버린 나
난 그대 없이는 안 돼요
I need you back in my love

그대는 내 머리 위의 우산
어깨 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없는 반쪽의 세상
그대 나 없이는 안 돼요
Forever in the rain

(버려진 우산)
(버려진 우산)
(I need you back)
(버려진 우산)
(With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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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고 새벽이 십 센티미터 정도 자랐다.

 

 

성동혁

 

서랍을 여는데 서랍이 깁니다. 차곡차곡 바람을 꺼내어 허클어. 떨어뜨립니다.

 

누나는 오랫동안 럭비공 흉내를 냅니다. 출렁출렁 굴러다니는 비밀.

 

투명한 커튼 앞에서 훌렁 그림자를 벗었습니다. 누나와 나는 그때부터 그림자가 없었습니다.

 

이름과 지름을 몰라 떠 다닌 그때 누나와 나는 그림자를 벗고 키가 자라기도 했지만

 

다시 그림자를 가질 수 있다면 손으로 검은 나비를 골목마다 떨어뜨려봐야지.

 

깊은 풍선을 가지고 나의 길 및으로 당신의 길을 빠뜨리며 가야지.

 

(이이이이만치) 손가락을 벌리면, 보이세요? 당신이 세상에 낸 구멍 그곳으로 키가 자란 새벽.

 

달이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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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시/좋아하는 2015. 1. 20. 03:42 |

퇴원

 

성동혁

 

  우린 깨진 컵으로 만들어진 구름, 호수 위를 날아가는 새의 얼굴이 보인다. 아이들은 바람의 맛을 닮고 계단을 디딘다. 날 수 있을 것 같다.

 

 뜨개질을 해 놓으면 아이들이 뛰어온다. 침대 위에서 전나무를 오래오래 키운다. 전구로 익어가는 아이들. 우린 울리지 않은 종을 매달고 즐겁게 메리크리스마스! 아름답게 이불을 덮는 날.

 

 눈이 부셔 낮이라 불리는 과일, 레몬을 짜는 시간, 눈을 감고 문을 연다. 놓아줄게. 베개 옆으로 기운 연못, 동그렇게 떠따니는 나의 작고 시큼한 아이들.

 

 거대하게 부푸는 의자 공장으로 가는 길, 너희들만 웅성거리는 골목을 찾는다. 어느 곳에 앉아도 용서받을 수 있는 마을, 깔깔대며 떨어지는 너희들의 스케치북.

 

 너희들의 섬은 욕조 안 두개의 무릎이다. 물에 사다리를 빠뜨린다. 다리 사이로 디곡신*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 디독신 디곡신, 이것은 백 년 만의 폭설입니다. 식탁 위에 하얗게 쌓이는 눈눈,

 눈이 녹고 손목이 가늘어진다. 혼자 어른이 되는 게 죄를 짓는 일 같다. 유리 가득, 울지 않는 아이들의 발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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